only one - u.know









어제까지 휴가였다고?
이번에는 좀 더 뜻깊게 보냈다.

쉴 땐 그저 푹 쉬기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향에 갔다. 1년 반만이었나? 내려가면 꼭 다녔던 학교에 찾아가고 할아버지 묘가 있는 선산도 가고 동네 노인정도 가고 목사님들도 뵙고 그런다. 초심이, 이쪽 일을 하게 된 초심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모교에 장학금도 전달하게 됐다.

모습이 부쩍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씀도 있엇나?
어렸을 때부터 나중에 내가 잘 되면 도와주자, 받은 만큼은 돌려주자 그런 신념이 있었다.

그러니까 어려서부터 '내가 뭐가 되도 되긴 되겠구나' 생각했던 건가?
그땐 검사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쪽으로 빠져서.

빠지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오늘의 기쁨과 80만 팬클럽이 다른 어떤 '놈'차지가 되었을 것 아닌가.
지금 되게 좋다.

80만이라니, 그 숫자엔 놀라움도 있지만 어떤 공포도 있다. 당신에게도 그런가?
음 글쎄.

누군가 당신을 대할 때, 그저 '정윤호'가 아니라 당신 뒤에 그렇게 많은 팬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는 것 같진 않나? 이렇게 인터뷰 하면서도 뭔가 좋은 쪽으로만 묻는다든지...
매체에 답하는 것이니까 제일 솔직한 모습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부분을 가리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당장 앞에 앉아있는 사람도 내 감정을 느낄 리 없다. 어디서든 팬들을 의식하면서 답하진 않는다. 그건 내 성격이랑 아예 안 맞는다.

촬영하면서도 가장 활기차 보여서 리더라 다르군 생각했다.
어떤 충고나 비판도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물론 순간 상처 받을 때는 있다. 근데 다시 한 번 생각 해보는 계기가 된다.

팬도 그렇지만 항상 당신 옆엔 누군가가 당신만을 위해 있다. 머리 만져주는 사람, 스케줄 말해주는 사람, 밥 시켜주는 사람...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것 같은 사람들 틈에서 지내는 게 어떤 걸까?
그런데 나는 뭔가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것에 굉장히 관심이 있다. 호기심이 너무 많다. 연예인이라는 게 어떤 틀 안에서 돌아가는 모습이 비슷비슷하잖나. 동방신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냥 정윤호다. 코드가 맞으면 끝까지 가는 거고 아니면 각자 또 하다 보면 나중에 또 기회가 오면 오기도 하고. 둥글게 둥글게 사는 타입이다.

자신이 연예인 같나?
나는 그냥 촌놈 같다. 무대 위에선 최곤데 평상시에는 그냥. 내가 생긴 거랑은 다르게 둥글둥글 그렇다.

당신이 '촌놈'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당신을 스타로 알고 사람들이 쫓아다니는데?
그러니까, 항상 뒤에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이제 바꿀 수 없는 건데... 그게 내 자신에게 더 정정당당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때로는 일거수일투족을 다 보여주고 있다는게 오히려 고독하다고 느끼게도 한다. 뭐, 하지만 누가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그래서 배우고자 한다. 누군가 쳐다본다 싶으면 당당하게 좋은 일을 해버린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씩은 특별한 일을 한다.

이를테면?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하루에 하나씩 뭔가 특별한 일을 한다. 우리집 청소 아니고 친구네 집 청소를 한다. 왜 그런 일을 계속 하냐면 나는 이제 일반 사람이랑 같이 할 수 없는 공간에 어느 정도 와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는 일이 워낙 이러니까. 근데 내가 친구네 집 청소를 한다거나 할 땐 내가 정윤호라는 걸 느낀다. 그 외엔 다 유노윤호 아닌가? 친구들이 '야 방 청소 좀 하자'이러면 스케줄 멋있게 다 끝내고 와서, 같이 걸레로 방바닥을 닦는다. 밥 좀 하자 그러면 같이 밥을 한다. 이런 걸 즐긴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아까 당신이 말한 고독... 이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유노윤호라는 이름을 처음 지었을 때가 생각나나?
다른 애들 이름은 다 회사랑 지었는데 나는 내가 지었다. 유노윤호라는게, 사실은 내 아이디였다. 한게임 아이디.

그 맞고로 유명한?
테트리스 했다. 사실 그 떄 좀 유명했었다. 최근에 한 번 들어갔는데 누군가 그 아이디를 채갔길래 다시 사이트에 전화해서 돌려놨다. 게임하다가 채팅을 하는데 '오, 아이디가 유노윤호시네요?' 그러길래. '아 제가 좀 윤호를 좋아합니다' 그랬다가 나중에 슬쩍 '사실은 제가 유노윤호 맞거든요' 그랬더니 '난 서태지다' 그랬다. 이런 거구나 했다.

팬이 아닌 사람과 연애할 수 있나?
나는 나를 좀 잘 아는 사람이랑 연애하고 싶다.

말하자면 팬과 결혼할 거란 얘긴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 '나 팬이야' 막 이렇게 말 안 해도 평상시에 호감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래야 나를 사랑해 줄 것 같고, 그래야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부 자르듯 나뉘는 건 아니지만, 정윤호가 아니라 유노윤호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 말인가?
아, 아닌 거 같다. 정윤호라는 사람을 좋아해주면 좋겠다.


변장하거나 고향 친구들과 방 청소하면서만 정윤호를 느끼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유명하다. 이쪽 바닥에서 연예인 안 만나기로. 연예인들과 사이는 좋은데 어울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냥 친구들이랑 여행 가고 먹고 놀고 그런 게 좋은데 연예인을 하다보면 파티 가야 하고... 그런 게 적성에 잘 안 맞는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것이 연예인 유노윤호에게 컴플렉스가 되기도 하나?
사실 컴플렉스가 있었다. 방송에 나가서 막 더 사투리도 쓰고 하는 건 일부러 그걸 이기려고 그러는 거다. 창피할 이유가 없으니까. 거기서 자라왔고, 내 모든 성격이 거기서 만들어졌고, 그래서 유명해진건데, 처음 준비할 땐 사투리 많이 쓰는게 나 자신도 좀 그랬는데 이제 안그렇다. 이걸 장점으로 승화시키자, 그렇게.

이제 5년쯤 됐나? 처음 동방신기 시작할 때, 5년 후 쯤이면 이렇게 됐을 것이라는 생각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거의 비슷하다. 꿈을 말도 안되게 크게 잡았었다.

지금 말도 안 되게 크게 된 것 같나?
처음 광주에서 차비만 들고 딱 올라왔을 땐, 정윤호라는 사람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찾자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탄탄대로라고 생각한다.

동방신기의 위기를 생각한 적은 없나?
걱정은 한다. 걱정은 항상 하는데 멤버들 얼굴 보면 걱정이 없어진다. 혼자 있으면, 우리가 10년 뒤에, 15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을까, 많은 선배들을 봐 왔고... 그러다가도 멤버들 얼굴 딱 보면, 아 괜한 걱정했다, 이렇게 된다.

리더라는 책임감 때문일까? 당신은 어떤 리더인가?
애들이 많이 믿어준다. 일단 나는 말보단 행동을 하는 스타일이다. 바로 해버린다. 단순한 면도 있지만 멤버들이 좋아해준다.

빅뱅의 등장과 성공은 동방신기에게 뭐였나?
솔직히 신경 안썼다는 말은 거짓말인 것 같다. 애들이 되게 센스있네, 아 얘네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하는 구나, 그렇게 느꼈다. 내가 보기엔 아이돌엔 1기 2기 3기 이런 게 있는 것 같다. H.O.T.형들이랑 우리 음악이 다르듯이 우리 음악이랑 빅뱅 음악이 다르지 않나? 어떤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문화가 온 거다. 그걸 이해하려고 했다. 결국 큰 자극제가 됐다.

어떤 자극인가?
우리가 멋있게 포장을 해서 신사적인 느낌이라면 빅뱅은 약간 노는 판? 그런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되게 생소했다. 부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색깔이 아직까진 필요한 거 같다. 우리도 하게 되면 저런 스타일도 해보자 그러고 있다.

무대에서 'Wrong Number' 할 때, 도입분의 당신 표정을 보고 멈칫했던 적이 있다.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떤 감동이 있었다. 아이돌스타에게서 느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라서 좀 당황하기도 했다.
아이돌 음악은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앨범으로 들으면 동방신기도 댄스곡은 서너 곡 밖에 없다. 다른 음악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들만이 지닐 수 있는 음악이 있고 그건 지금 해야 하는 음악이라는 거다. 아이돌의 음악성은 하나의 무기라고 생각한다. 무기가 많으면 좋지 않나?

솔로로 활동하는 동방신기는 잘 상상이 안 된다.
멤버들이 언젠가는 개인활동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주는 동방신기였으면 좋겠다.

당신은 어떤가? 혼자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나?
일단 기회가 오면 준비하려고 생각은 다 해놨다. 혼자 딴 맘 먹는 게 아니라 멤버들이랑 다 상의를 한다. 우리는 모든 걸 공유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시상식에서 춤추다가 모자를 떨어뜨리고 던지고 이런 애드리브 같은 것도 멤버들이 '형이랑 이거랑 어울릴 거 같아' 그런 이야기 속에서 나온 거다.

아이돌이 무슨 독재치하에서 신음하는 백성도 아닐텐데 모든게 통제되어 있을 거라는 편견은 가시질 않는다. 하라는 대로 할 거라는 생각도 마찬가지고.
그럴 것 같다.

그런 거 없나?
전혀 없다. 큰 문제라면 상의하지만, 대부분은 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요즘 당신을 가장 자극하는 게 있나?
아버지다. 항상 아버지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아버지 반만 따라가자라는 게 신조다. 50년 동안 변하질 않으셨다. 항상 열심히, 지금도 새벽 네 시 부터 일하시고, 아홉시면 주무신다. 그러면서 사랑, 일, 친구를 다 지켜내셨다. 무슨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아버지 얘기 듣고 견디고, 아버지 한 말씀 한 말씀에 산다.

소속사 회장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처음 시작할 땐 어렸기 때문에 부모님 느낌으로 많이 대해주셨던 것 같다. 나이가 어린데 술을 먹을 수는 없지 않나?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버지처럼 안 된다, 된다 많이 가르쳐 주셨다. 요즘엔 오히려 친구 같다. 우리가 아버지 같을 때도 있다. '선생님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술 좀 그만 드세요.' 그러기도 하고.

멤버들끼리는 어떤가? 머리가 커지면서 하는 얘기도 달라지지 않나?
뭐, 여자 얘기도 하지만 대부분 꿈에 대한 얘기, 미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어떻게 될까 그런 얘기?
나중에 결혼해서 어떻게 살고 싶냐? 우리 같이 살까?

집이 아주 커야 되겠다.
그렇게 살아도 멋있을 거 같다.

성인이 되고 나니 자유가 생긴 만큼 어떤 구속도 더 생기지 않나?
예전엔 휴가가 생기면 뭔가 확 해버리곤 했는데 요즘엔 잘 못한다. 너무 익숙해졌나 보다. 친구들 만나고 있어도 몸이 다시 근질건질해진다. 다시 무대로 올라가야 되는데, 스케줄 해야 되는데 그런게 좀 생겼다.

그게 어떤 성숙이라면 좋겠다. 여기서 바로 공항으로 간다고?
일본에서 싱글이 나와서 프로모션하러 간다. 그러고는 한국에서 먼저 콘서트를 하고, 일본에서도 콘서트가 있다. (매니저가 출발을 재촉한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